검증대상
2025년 2월 26일, 국민일보(2025)는 「통계청, 게임 질병코드 재검토 불가 방침 재확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가 표준분류체계 관리기관인 통계청이 게임을 질병으로 보는 ‘게임이용장애’의 한국표준질병분류(KCD) 등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다시금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국제질병 및 사인 분류(International Clarification of Diseases)’ 체계의 11번째 개정판인 ‘ICD-11’에 편입시켰다(WHO, 2025). 그러한 결정을 WHO 회원국인 한국이 한국질병분류 체계에도 반영할지 여부의 귀추가 주목되었다. 앞선 국민일보의 2월 26일자 보도에 대해 통계청(2025)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여부를 결정한 바”가 없다고 설명했으나, 국내 언론의 관련 보도는 계속되었다. 2025년 2월~3월에 걸쳐 국민일보, 블로터, YTN 등이 기사 제목에 “게임 질병코드”라는 키워드를 넣어 보도하였다. 한편, WHO가 규정하는 ‘게임이용장애’가 게임 자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사례는 2019년부터 지속되어 왔다. 2019년 당시 한국게임학회 및 관련 협회·기관·학교를 포함한 90여 단체가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공대위원장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질병코드가 게임이라는 “문화”에 대한 “반감과 멸시”의 결과라고 발언하기도 했다(이뉴스투데이, 2025). 같은 해에 한 시민은 뉴스포스트(2019)와의 인터뷰를 통해 “게임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으로서 게임에 질병이라는 단어까지 붙는 게 매우 속상하다…취미 하나에 질병이라고 칭하는 게 맞지 않는 거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검증명제
본 연구는 사실 명제로써 “WHO는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했다”라는 국내 보도 내용을 검증한다.
검증방법
1) 취재방법
본 연구는 문헌 조사 방법을 채택해 WHO가 규정한 ‘게임이용장애’의 범위를 파악하였다. 이는 WHO가 고시한 자료 및 공신력 있는 의료⋅보건 문서 검토를 통해 이루어졌다. 추가로, KCD에 등재된 질병코드 목록을 검토해 게임과 같이 대중적으로 취미 또는 문화로 받아들여지는 개념이 질병으로 고려된 사례가 있는지 확인하였다.
2) 참고문헌
김지윤. (2025). “통계청, 게임 질병코드 재검토 불가 방침 재확인”. 국민일보. 2025년 2월 26일.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27807882&code=61151111&cp=nv
World Health Organization. (2025). ICD-11 Implementation. https://www.who.int/standards/classifications/frequently-asked-questions/icd-11-implementation
통계청. (2025). "통계청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여부를 아직까지 결정한 바 없습니다. (국민일보 등 2월 26일자 보도에 대한 설명)". https://www.kostat.go.kr/board.es?mid=a10304010000&bid=11539&act=view&list_no=435254&tag=&nPage=1&ref_bid=11534,11535,11536,11537,11538,11539,11545,11540,11541,11542,11543,11544,11546&keyField=T&keyWord=
이다니엘. (2025). “게임 질병코드 저지 반격 시작됐다”. 국민일보. 2025년 3월 11일.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27849405&code=61151111&cp=nv
조아라. (2025). “[게임 질병코드 허와 실]①WHO의 ‘ICD-11’ 믿을 수 있을까”. 블로터. 2025년 3월 12일. https://www.bloter.net/news/articleView.html?idxno=633014
최광현. (2025). “[자막뉴스] '질병이냐 문화냐'...게임 질병코드 도입 두고 '팽팽'”. YTN. 2025년 3월 8일. https://www.ytn.co.kr/_ln/0134_202503081444276393
정환용. (2019). “게임질병코드 반대 공대위 ‘문화 억압 시발점 될 수도’”. 이뉴스투데이. 2019년 5월 29일. http://www.enews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06427
이별님. (2019). "[기획특집-게임중독] ② 질병코드 도입, 시민들의 솔직한 이야기“. 뉴스포스트. 2019년 8월 30일. https://www.news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72915
Darvesh, N., Radhakrishnan, A., Lachance, C. C., Nincic, V., Sharpe, J. P., Ghassemi, M., Straus, S. E., & Tricco, A. C. (2020). Exploring the prevalence of gaming disorder and Internet gaming disorder: A rapid scoping review. Systematic Reviews, 9(68).
신세계그룹. (2020). 보도자료. https://www.shinsegaegroupnewsroom.com/33384/
국립부곡병원. (2025). 음주가이드. https://www.bgnmh.go.kr/board.es?mid=a20101020000&bid=0017&act=view&list_no=316&nPage=1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024). 조사보고서. https://www.atfis.or.kr/home/board/FB0003.do?act=read&bpoId=4779&bcaId=1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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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분류 정보센터. (2025). 한국질병분류(KCD8) 통합검색. https://www.koicd.kr/mobile/search/list.do?searchWrd=%EC%A0%84%EC%9E%90%EB%8B%B4%EB%B0%B0
진성우. (2025). ”게임 질병코드 도입 논란…국내 게임산업은 ‘안갯속’“. 한국금융경제신문. 2025년 3월 7일. https://www.kf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31134
K-FOODTRADE. (2024). Coffee and the Coffee Industry: A Daily Beverage for Koreans. http://www.k-foodtrade.or.kr/brd/m_106/view.do?seq=762&srchFr=&srchTo=&srchWord=&srchTp=&srchTp2=&srchWord2=&itm_seq_1=0&itm_seq_2=0&multi_itm_seq=&company_cd=&company_nm=&page=1
김정환 외. (2024). "2030이 키운 주류시장…첫 10조 돌파". 매일경제. 2024년 9월 13일. https://www.mk.co.kr/news/economy/11117492
원태영. (2022). “'질병코드 조정없이 도입될 경우, 게임산업 피해는 최대 8조8000억원'[게임 질병코드 부여 논란②]". 이코노미스트. 2022년 6월 30일. https://economist.co.kr/article/view/ecn202206300083
검증내용
1) WHO가 정의하는 게임이용장애 진단 기준
WHO가 게임이용장애 표준화의 필요성을 파악하기 위해 참고한 연구인 「게임이용장애 및 인터넷 게임이용장애의 유병률 탐색: 신속 주제범위 문헌고찰」에서는 ICD-11이 정의한 게임이용장애가 ”지속적(persistent)이거나 반복적(recurrent)인 게임 이용 행동 양상(gaming behavior)“이며 해당 질병이 ”중독성 행동 양상(addictive behaviours)으로 인한 장애”라고 보았다. 이를 진단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게임에 대한 조절 능력 손상(impaired control over gaming): 예컨대, 게임을 하는 시작 시점(onset), 빈도(frequency), 강도(intensity), 지속 시간(duration), 종료(termination), 맥락(context) 조절 등에 어려움을 겪는 형태로 나타난다.
삶의 기타 관심사 및 일상생활보다 우선시될 정도로 점점 높아지는 게임의 중요도(increasing priority)
부정적인 결과(negative consequences)의 발생에도 불구하고 지속(continuation)되거나 더욱 심화(escalation)되는 게임 이용 양상
상기된 행동 양상이 게임이용장애로 진단되기 위해서는 개인적(personal)·가족적(family)·사회적(social)·교육적(educational)·직업적(occupational) 또는 기능적으로 중요한 기타 영역(other important areas of functioning)에서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정도로 중대한 수준이어야 한다. 또한, 이렇듯 게임과 관련된 행동 양상은 연속적으로 이루어지거나 간헐적으로 반복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최소 12개월 동안의 지속적인 관찰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가 진단 기준을 모두 충족하고 증상이 심각한 경우에는 관찰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Darvesh et al., 2020, p. 5).
2) 대중적인 문화 요소가 질병 코드에 등재된 기타 국내 사례
국내 사례를 검토하기에 앞서, 커피(카페인)·술(알코올)·담배(니코틴)를 대중적인 문화의 예시로 선정했다. 이는 하단에 기술된 바와 같이 상기 세 가지 요소가 국내에서 누리고 있는 사회적 선호도에 기반하였다.
커피(카페인): 지난 2020년,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이하 ‘스타벅스’)는 500만 명 이상의 마이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을 대상으로 2019년 한 해 동안 연령대별 음료 선호도 빅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령대와 무관하게 공통적으로 1위에 오른 음료는 아메리카노, 2위는 카페 라떼로 드러났으며, 스타벅스에 따르면 30대와 40대 연령층에서는 앞선 두 커피보다 단맛이 강한 ‘돌체 라떼’ 등이 인기를 끌었다(신세계그룹, 2020). 해당 조사 결과는 국내에서 전 연령대에 걸쳐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가 활발하게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술(알코올): 약 10g의 순수 알코올이 포함된 1표준잔의 기준으로, WHO가 규정하는 저위험 음주량은 남성에게는 4잔, 여성은 2잔이다(국립부곡병원, 2025). 한국의 경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2024)가 발간한 「2022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주류 소비자의 음주 시 하루 평균 음주량은 6.7잔인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높은 음주량을 보인 20대 남성의 주류 소비량은 평균 8.2잔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담배(니코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5세 이상의 한국인 가운데 매일 흡연을 한다고 밝힌 인구의 비율은 2022년 기준 14.7%였다. 이는 [그림 1]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OECD 주요국 가운데에서도 상위권에 해당하는 수치이다(OECD, 2025).
[그림 1] OECD 주요국 15세 이상 인구 훕연률, 출처: OECD(2025)
선정된 예시들이 한국질병분류(KCD8) 시스템에 기반한 질병분류코드 목록에 ’장애‘라는 단어와 함께 등록된 사례는 [표 1]과 같다.
코드 | 한글명 | 영문명 |
F10 | 알콜사용에 의한 정신 및 행동 장애 | Mental and behavioural disorders due to use of alcohol |
F15 | 카페인을 포함하는 기타 흥분제 사용에 의한 정신 및 행동 장애 | Mental and behavioural disorders due to use of other stimulants, including caffeine |
F17 | 담배흡연에 의한 정신 및 행동 장애 | Mental and behavioural disorders due to use of tobacco |
U07.0 | 전자담배관련 장애 | Vaping-related disorder |
[표 1] 카페인·알코올·담배의 질병분류코드 등록 예시, 출처: 한국질병분류(2025)
검증결과
본 연구를 통해 WHO는 대중문화로서의 ’게임‘이 아닌 ’게임이용장애‘라는 게임에서 비롯된 특정 행동 양상을 질병으로 규정했음이 확인되었다. 추가로, 이를 반영해 KCD에 새로운 질병코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논란을 야기할 정도로 이례적인가에 대해서는, 동일한 분류체계 하에 유사한 사례가 이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중문화의 다른 예시들인 커피(카페인)·술(알코올)·담배에서 비롯된 특정 상태가 ’장애‘로 명명되어 질병코드에 등재된 바가 존재한다.
사회적 반향
o 기(起; introduction)
WHO는 지난 2019년, 과도한 게임 이용에 따른 이상 행동 양상을 ’게임이용장애‘로 정의하고 이를 ’국제질병 및 사인 분류‘ 시스템에 포함시켰다. 한국은 WHO 가입 국가로써 WHO의 개정안을 관례적으로 KCD에 반영해온 바가 있기에,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 정식 국내 도입 여부에 대해 대중과 언론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o 승(承; development)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 도입을 두고 국내에서는 게임과 관련이 있는 다수의 단체가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여러 관계자가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이뉴스투데이, 2025). 게임 산업 전문가들은 해당 질병코드가 도입되면 “사회적 낙인효과가 생기고, 게임 이용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이코노미스트, 2022).
한편, 여러 언론이 기사 제목에 “게임 질병코드”라는 키워드를 삽입하여 게임이용장애를 둘러싼 담론을 보도하며 게임 자체가 질병으로 치부될 여지가 있다는 인식이 일반 대중에게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사들 중에는 본문에서 “게임이용장애”, “게임 과몰입” 등 추가적인 설명을 덧붙인 경우도 있으나, 게임을 취미로 즐기는 일반 시민들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염려를 표하는 등 게임이 곧 질병으로 고려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o 전(轉; turn)
그러나 검증 결과, WHO는 ’게임‘이라는 문화 내지는 산업 자체를 장애 또는 질병이라고 규정한 바가 없다. WHO가 제시한 것은 ’게임이용장애‘라는 개념으로, 다양한 종류의 비정상적 게임 이용 양상을 정의하며 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화적 요소가 장애의 원인으로 규정된 사례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국내 질병코드 목록에는 카페인과 알코올, 담배 등으로 말미암은 장애가 등록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o 결(結; conclusion)
관계자들은 게임이 ’질병‘ 또는 ’장애‘로 인식되면 낙인효과로 인해 게임 산업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한국금융경제신문, 2025). 통계청(2025)이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신규 질병코드 도입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으며, 고려 대상이 되는 개념은 ’게임이용장애‘임을 소명했으나 별도의 정정 보도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거나 기존의 오해가 종식되는 듯한 양상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유사한 국내 사례를 검토했을 때, 신규 질병코드 도입이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현재 KCD에는 카페인·알코올·담배와 관련된 장애가 등록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년 기준 한국인의 연간 커피 섭취량은 405잔으로, 이는 전 세계 평균인 152잔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이다. 같은 해 국내 커피전문점의 수는 2018년에 비해 두 배 가량 증가한 100,000개 이상으로 집계되었다(K-FOODTRADE, 2024). 뿐만 아니라, 국세청 주세 데이터에 기반한 주류업체 출고 금액은 2023년에 10조 원을 돌파했다. 해당 통계로 국내 주류 시장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으며, 이러한 수치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5년 이후 역대 최대인 것으로 보여진다(매일경제, 2024). 상기 통계들은 특정 문화들이 관련 질병코드와는 무관하게 소비된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