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선정주의와 황색 저널리즘
일반적으로 황색 저널리즘은 선정주의(sensationalism)적인 언론의 보도 태도를 비판하는 맥락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거의 일맥상통합니다 다만 저널리즘 역사적 측면에서 본다면 두 용어의 등장 과정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sensationalism’이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 것은 1790~1830년대 경입니다. 1836년 프랑스 철학자 콩디야크(Condillac)의 감각주의 이론을 지칭하면서 영문학에 사용되었는데, 초기 의미는 ‘모든 지식은 감각에 기반한다’는 철학적 감각주의를 뜻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의미로 전이되는데요. 1850년대 이후 영국 빅토리아 시대 문학에서 ‘센세이션 픽션’(sensation fiction)이라는 장르를 가리키면서부터였습니다. 당시 문학 평론가들은 이 장르에 대해 ‘감정이 과잉되고, 자극적이며, 범죄적 요소를 강조한다’며 비판적 맥락에서 사용했습니다.
이후 19세기 후반 1870년대 미국과 영국에서 대중지(大衆紙)가 탄생하면서 신문의 보도 방식에 대한 비판적 용어로 본격적으로 사용되게 됩니다. 아무래도 대중들에게 더 많이 팔기 위해 자극적인 뉴스, 예를 들어 범죄, 성, 스캔들 등의 내용을 담게 된 것이죠.
황색 저널리즘의 시작
황색 저널리즘,즉 옐로우 저널리즘이라고 불리는 이 보도 행태는 인간의 불건전한 감정을 자극하는 범죄·괴기사건·성적 추문 등을 과대하게 취재·보도하는 경향을 말하는데요. 뉴스 가치 중에서 특히 흥미성을 위주로 하여 과도하게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용어는 1890년대에 미국 뉴욕 시에서 조지프 퓰리처(Joseph Pulitzer)의 <뉴욕 월드(New York World)>지와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William Randolph Hearst)의 <뉴욕 저널(New York Journal)>지 간에 벌어진 치열한 경쟁에서 사용된 술수들을 지칭한 데서 생겨났습니다. 이 옐로우 저널리즘에 관한 뒷이야기를 보다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세 명의 인물을 알 필요가 있는데, 한 명은 뉴욕 월드의 발행인 퓰리처이고, 다른 하나는 경쟁지인 모닝 저널의 발행인인 허스트이며, 마지막 한 명은 이 말의 어원이 되었던 <옐로우 키드(Yellow Kid)>라는 만화를 그린 아웃콜트(R. F. Outcault)입니다

먼저 퓰리처는 언론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인데요. 바로 퓰리처상을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시상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퓰리처는 헝가리 태생으로 남북전쟁에서 북군 용병으로 참전하기 위해 1864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시민으로 정착했습니다. 1868년에는 독일어로 발행되는 <웨스트리체 포스트(Westliche Post)>기자로 활약하다가, 1869년 미주리 주의회 의원으로서 정계에 진출하기도 했죠. 그리고 1878년, <세인트루이스 디스패치(St. Louis Dispatch)>와 <세인트루이스 포스트(St. Louis Post)>를 인수해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를 창간하면서 언론사 경영자가 됩니다. 이후 1883년에는 철도 재벌인 제이 굴드(Jay Gould)로 부터쇠락해 가던 <뉴욕 월드>를 매수하였습니다. 이후 선정적인 소재의 뉴스 보도와 캠페인 등으로 전미 제일의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신문을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당시 하루 100만 부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허스트는 1863년에 태어나 금광 사업과 철도, 부동산 사업으로 큰 부를 쌓은 재벌이자 상원의원인 아버지를 두고 있었습니다.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 하버드 대학에 진학해 학생신문에도 참여했지만, 문제를 저질러 퇴학되었죠. 그의 첫 언론인으로서 출발점은 20대 중반인 1887년경이었는데, 아버지에게 운영권을 넘겨받아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San Francisco Examiner)>의 편집장으로 취임하게 됩니다. 이후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인재 영입, 인쇄 기술 도입, 대중적 기사 확장 등 혁신을 추진하였습니다. 허스트는 뉴욕에도 진출을 하였는데, 1882년 창간된 <뉴욕 모닝 저널>을 1895년에 인수하고 공식 제호를 <뉴욕 저널>로 변경합니다. 이때부터 퓰리처와 선정주의적 저널리즘 경쟁을 펼치게 됩니다. 한편 퍼스트 역시 정치계에 발을 디뎠는데요. 1903년부터 1907년까지 민주당 소속으로 뉴욕 지역에서 하원의원을 역임했고, 1906년에는 뉴욕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언론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여 반공, 반사회주의, 반외세 등의 메시지를 강력히 전파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아웃콜트는 어떤 측면에서 퓰리처와 허스트 사이에 낀 예술가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노란 옷을 입은 소년’ 옐로우 키드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95년 <뉴욕 월드>에 실린 <호건네 골목(Hogan’s Alley)>라는 만화에서였습니다. 이 캐릭터는 머리숱이 거의 없고, 너덜너덜한 노란색 잠옷을 입은 소년의 모습이었는데, 말풍선 대신 옷 위에 문장을 써서 대사를 표현했습니다. 당시 빈민가의 현실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는데,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며 <뉴욕 월드> 구독자 수를 늘리는데 기여했습니다. 그런데 1896년에 허스트가 아웃콜트를 고액으로 스카우트하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같은 캐릭터가 <뉴욕 저널>과 <뉴욕 월드>에 동시에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당시 <뉴욕 월드>는 아웃콜트를 빼앗겼지만 후임 작가가 계속해서 옐로우 키드를 그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웃지못할 상황이 되며 옐로우 키드 자체가 언론사의 경쟁과 선정성, 상업화를 상징하는 캐릭터로 인식되게 되었고, 옐로우 저널리즘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옐로우 키드는 점차 인기를 잃으면서 1898년에 연재가 종료됩니다. 참고로 옐로우 키드 카툰은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참고문헌의 링크를 참고해 보세요.
수용자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언론인이라면 누구나 선정적인 황색 저널리즘이 문제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건 언론을 소비하는 수용자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종종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행동이 일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 문제겠죠. 언론인들도 수용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선정적인 주제를 다루고, 수용자 역시 심층적인 기획 기사보다 눈에 확 들어오는 연예인 스캔들 기사를 클릭하곤 하니까요. 이런 측면에서 황색 저널리즘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참 어렵습니다.
이는 앞서 미국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데요. 독자들의 뉴스 선택에 대해서 한국에서 대표적인 언론사 주필들 역시 문제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조선일보 주필이었던 선우휘 주필과 한겨레신문 주필이었던 송건호 주필은 그 삶의 방향이나 정치적 성향이 크게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언급한 말이 있습니다. 바로 독자들은 기자가 아무리 좋은 기사를 쓰더라도 읽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당대의 독자 대중이 양질의 기사를 외면하는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었는데요. 일반적인 수용자들은 심층적이고 복잡한 뉴스보다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바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뉴스에 주목한다는 것에 대한 한탄인 셈입니다. 사실 옐로우 저널리즘의 원인을 언론에서만 찾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선정주의 시대, 저널리즘의 갈 길
지금의 미디어 환경을 보면 온통 ‘샛노오란’ 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와 틱톡과 같은 영상 미디어들의 자극적인 화면, 사실관계가 검증되지 않는 루머, 과격한 표현 등을 보면 선정성이 극단에 이르렀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이런 가운데 언론인, 특히 저널리스트들은 여러 고민에 봉착하게 됩니다. 저널리즘 원칙을 지키면 대중들이 찾지 않는 뉴스가 되고, 대중 취향에 맞춰서 클릭을 유도하다 보면 진실을 왜곡할 우려가 있고, 사회적 책무를 중시해 공공에 꼭 필요한 의제를 설정했는데도 연예인 스캔들 기사에 묻혀 버립니다. 어떤 장단에 맞춰야 할지 고민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다른 저널리즘 이슈가 그렇듯이 정답은 없겠습니다만, 일단 지금의 황색 세상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참고문헌
Tor Alosson. (2023). The Yellow Kid(1894-1898): Pioneering American Comic Strip and the Birth of “Yellow Journalism”. Toons Mag. Available: www.toonsmag.com/the-yellow-kid
The Yellow Kid.. Available: cartoons.osu.edu/digital_albums/yellowkid/index.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