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대상
대한민국의 방송계는 전통적으로 기상 캐스터 채용 시 기상 보도를 위한 전문성이 아닌 외모와 전달력만을 중심으로 여성 인력을 고용해 왔다는 비판에 오랫동안 직면하였다. 그러한 가운데 2024년에 발생한 MBC 소속 여성 프리랜서 기상 캐스터의 극단적 선택 이후, 국내 지상파 3개 방송국 중 하나인 MBC는 이듬해 자사의 기상 캐스터 제도를 전면 개편하기로 발표하였다. 기존의 프리랜서 기상 캐스터 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기상·기후 전문가’를 채용하겠다는 것이 그 골조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기상 보도 인력 운영 방식이 해외의 사례와 비교하여 특수한가’라는 궁금증 내지는 문제의식을 촉발하였다. 따라서 ▲해외(아시아 및 북·남미)에서는 ▲해당 직업군에 요구되는 자격·학위·경력 요건이 무엇인지, ▲대중이 방송국의 기상 보도 인력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는지, ▲해당 직업군을 대표하는 성별·외모를 둘러싼 논란이 국제적으로도 존재하는지 등을 검증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검증명제
세계적으로 한국 방송사만 기상 전문성 기준 없이 기상캐스터를 채용한다
O 주요 개념 정의
- 기상 캐스터(Weathercaster): 방송국에서 라디오·텔레비전을 통해 송출되는 일기예보를 전달하는 아나운서를 지칭한다.
- 기상·기후 전문가(meteorologist): 날씨와 기후를 포함하여 대기(atmosphere)와 관련 현상을 연구하는 과학자를 의미한다.
검증방법
1. 취재방법
본 연구는 아시아 및 북·남미 주요 국가들(이하 ‘제외국’)의 기상 보도 및 일기예보 담당 인력의 채용 방식과 사회적 인식을 비교·검증하기 위해 문헌 조사 방식으로 다양한 자료를 수집·검토하였다. 제외국 소재 주요 방송사의 실제 근무 인력 소개 등 공식 자료와 관련 언론보도를 수집하였으며, 다양한 매체로 표출된 여론에 기반하여 직업군에 대한 대중 인식을 보여주는 사회적 맥락을 보완하였다. 전문가 채용 사례에서 인력의 전문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정식으로 존재하는 경우, 유관 기관에서 제시하는 요건과 인증 제도를 참고하였다. 연구 과정에서는 제외국별 언어 차이를 고려하여 영어 외에도 일본어, 중국어 등 다언어 검색을 병행하였으나, 각 언어의 원어민에 의한 교차 검증 과정이 부재해 일부 정보의 공신력 확보가 미비함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2. 참고문헌
- American Meteorological Society. (n.d.). Certified broadcast meteorologist program (CBM). American Meteorological Society. Retrieved March 29, 2025, from https://www.ametsoc.org/ams/education-careers/careers/ams-professional-certification-programs/certified-broadcast-meteorologist-program-cbm/
- モデルプレス. (2012, April 2). AKB48メンバー5人が「ひるおび!」お天気キャスターに抜擢.モデルプレス. https://mdpr.jp/news/detail/1175988
- まいまいランド. (2019, August 27). AKB48「ゆきりんお天気」柏木由紀(12月 [Video]. YouTube. https://youtu.be/MZ-YPjddT0k?si=cp-NWH0o_9CJaqb5
- ウェザーニュース. (n.d.). お天気キャスタープロフィール. ウェザーニュース. Retrieved September 30, 2025, from https://weathernews.jp/wnl/caster/index.html
- Reina, E. (2016, January 21). Why Mexico’s weather girls have taken the country by storm. El Pais. https://english.elpais.com/elpais/2016/01/21/inenglish/1453372534_060926.html#?prm=copy_link
- Morse, J. (2016, March 2). Mexico’s Sexualized Weather Women: Subjects and Scapegoats of Pervasive Machismo. Remezcla. https://remezcla.com/features/culture/mexican-sexualized-weather-women/
검증내용
1. 미국(북미)
미국의 경우, 반드시 특수한 자격을 취득해야만 기상 중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미국 기상 학회(American Meteorological Society, 이하 AMS)는 기상 방송(broadcast meteorology) 분야에서의 전문적 기준을 제고하고, 특히 환경 문제(environmental issue)와 관련해 보다 폭넓은 과학적 이해를 장려하려는 목적으로 2005년부터 ‘공인 방송 기상학자(Certified Broadcast Meteorologist, 이하 CBM)’ 자격증 제도를 출범시켰다. 해당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후술된 교육 및 경력 요건을 충족하고, 방송 실무자로 활동하기 위해 필요한 기상학 및 관련 과학 지식과 전달력에 관한 시험 및 심사를 통과하여야 한다(American Meteorological Society, n.d.).
1) 자격증 시험 응시 요건
2020년 3월부로 반영된 AMS의 응시 요건 개정안에 따라, CBM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인증된(accredited) 대학(college/university)에서 취득한 기상학 또는 이에 상응하는 분야의 학사 학위 이상을 소지해야 한다. 더불어 지상파 방송국 또는 지역 방송에서 기상 보도를 한 경력을 보유해야 하는데, 이때 요구되는 최소한의 경력은 전일 근무의 경우 2년, 시간제 근무의 경우 3년이다. 단, 대학에서 학생이 운영하는 방송국(student-run station)에서 근무한 경력은 포함시킬 수 없다. 기상학 및 관련 분야 학위 소지자는 [표 1]의 필수 교과목을 이수하여야 하며, 요구되는 전공의 학위를 소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필수 교과목을 이수할 시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표 1] CBM 자격증 시험 응시 요건
과목 | 비고 |
대기역학(Atmospheric Dynamics) | 최소 3학점 |
대기열역학(Atmospheric Thermodynamics) | 최소 3학점 |
대기물리학(Atmospheric Physics) 또는 물리기상학(Physical Meteorology) | 최소 3학점 |
종관기상학(Synoptic Meteorology) | 최소 3학점 |
중규모기상학(Mesoscale Meteorology) | 최소 3학점 |
대기 관측·계측(Atmos. Meas. & Instrumentation) 또는 원격탐사(Remote Sensing) | 최소 3학점 |
응용·특수 기상학 과목·(Applied·Specialty Meteorology) | 최소 3학점 |
학점인정형 통합 경험(synthesizing experience) | 최대 3학점 |
연속 미적분학 과정(A sequence of calculus) | 미분 및 적분학(Differential and integral calculus)·벡터 및 다변수 미적분학(Vector and multivariable calculus) 포함 |
확률·응용통계학(Probability and Applied Statistic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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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Physic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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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수준(appropriate level)의 컴퓨터 과학(Computer Science) 관련 과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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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수준의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관련 과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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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기후 체계 관련 과목(A course covering Earth’s climate syste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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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필기시험(Multiple Choice Exam) 및 실기 영상 심사(Weathercast Evaluation)
응시 요건을 충족한 지원자는 기상학에 대한 지식을 묻는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해당 시험은 100문항의 객관식 및 진위형(true/false) 문항으로 구성되며, 75점 이상을 취득해야 합격으로 인정된다. 필기시험 합격 후에는 두 건의 실제 일기예보 방송 영상(working weathercasts)을 제출해 AMS의 방송기상학위원회(Board of Broadcast Meteorology)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2. 일본(아시아)
일본에서는 기상 캐스터가 대중으로부터 ‘아이돌’과 유사한 선상의 유명세를 얻는 경향이 존재한다. 일례로, 민영 방송국인 TBS는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자사의 정보 프로그램인 ‘히루오비(ひるおび)’의 날씨 코너를 담당하는 기상 캐스터로 일본의 인기 여자 아이돌 그룹인 AKB48과 SKE48의 멤버들을 발탁한 전적이 있다(モデルプレス, 2012).
[사진 1] ‘히루오비’에 등장해 일기예보를 전하는 아이돌 그룹 AKB48의 멤버

<출처: 유튜브 팬 아카이브 계정 @まいまいランド 영상 캡처>
일본의 날씨 전문 매체인 ‘웨더뉴스(ウェザーニュース)’의 경우, 일기예보를 전달하는 ‘날씨 뉴스 캐스터(ウェザーニュースキャスター)’와 기상 정보를 해설하는 ‘기상 해설원(気象解説員)’이 별도로 채용된다. 해당 매체의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직원 프로필에 따르면 16명의 캐스터 가운데 2명의 남성을 제외하면 모두 젊은 여성임을 확인할 수 있다. 기상 해설원들은 ‘기상 예보사(気象予報士)’ 자격을 갖추고 있으며, 자격 취득을 위해서는 국가가 공인하는 기상 예보사 시험에 합격하여야 한다(ウェザーニュース, n.d.).
[사진 2] ‘웨더뉴스’의 기상 해설원(위)과 날씨 뉴스 캐스터(아래) 프로필


<출처: 웨더뉴스 공식 누리집 캡처>
3. 멕시코(남미)
멕시코에서는 민영 방송(private networks)이 허용된 2000년을 기점으로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기상 보도에 등장하는 여성 기상 캐스터들은 이른바 ‘날씨 아가씨(chicas del clima)’ 또는 ‘날씨 여신(diosas del clima)’으로 불리며 외모와 몸매가 강조되었다. 스페인 최대 일간지 중 하나인 ‘엘 파이스(El Pais)’는 기상 캐스터들이 몸매가 드러나는 의상을 입은 채 뒷모습을 보여주거나 몸을 굽히는 동작을 방송 전에 리허설하는 경우도 있다고 보도하였다(Reina, 2016). 라틴 음악 및 엔터테인먼트 전문 매체인 ‘레메즈클라(Remezcla)’는 마초이즘(machismo)이 방송계를 주도하며 기상 캐스터와 같은 여성 인력의 성적 대상화(sexualization)가 이루어진다고 비판하였다(Morse, 2016).
[사진 3] 멕시코의 기상 캐스터 ‘야네트 가르시아(Yanet Garcia)’의 실제 방송 화면 갈무리, 출처: 야네트 가르시아 인스타그램

4. 종합
미국의 경우, 기상 캐스터 채용 시 필수 요건은 아니나 공인 자격증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기상 보도 인력의 전문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날씨 예보 방송에 아이돌을 발탁하는 등 한국과 유사한 젊은 여성 기상 캐스터의 스타성을 내세우는 면모가 드러나지만, 동시에 기상 예보사 자격을 보유한 ‘기상 해설원’을 보도에 기용하는 사례 또한 발견되었다. 대중 인식 측면에서 한국 방송계는 기상 캐스터 채용 시 외모를 중시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는데, 일본 역시 다수의 기상 캐스터가 젊은 여성으로 구성되어 일부는 아이돌과 유사한 유명세를 얻기도 하였으며, 멕시코에서는 해당 직업군이 적극적으로 성적 대상화되는 등 기상·기후 전문가보다는 연예인 혹은 인플루언서에 가까운 사회적 위상을 가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본 연구는 아시아 및 북·남미 주요 국가들의 사례를 수집하였으나, 제시된 사례들은 특정 방송사, 매체 또는 지역의 경향을 반영하는 것이므로, 이를 각 국가 전체의 일률적인 제도나 인식으로 일반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검증결과
거짓
검토 결과, 한국에서 외모 중심의 비전문가를 기상 캐스터로 발탁해 왔다는 지적은 일정 부분 사실이나, 이를 한국만의 특수성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아시아와 남미권에서 한국과 마찬가지로 기상 캐스터가 연예인에 준하는 유명세를 누리거나 성적 대상화 논란에 휘말리는 등 전문성보다 외모와 대중적 이미지가 강조되는 경향이 추가로 확인되었다.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기상 보도를 담당하는 방송 인력이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공인 자격 제도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그러한 자격 보유는 해당 직업군에서 근무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 아니다. 요컨대, 한국 방송계의 구조적 문제는 분명 존재하지만, 외모 중심의 비전문가 기용은 국제적으로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한국만의 특수한 사례’라고 간주하는 시각은 거짓이다.
사회적 반향
1. 기(起; introduction)
한국 방송계의 기상 보도 인력 채용 경향과 운용 방식에 대해 꾸준히 제기되던 비판이 MBC 소속 프리랜서 기상 캐스터의 죽음을 계기로 보다 큰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채용 시 전문성보다 외모와 전달력이 당락에 영향을 미치던 기존의 기상 캐스터 제도가 구조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한 논쟁이 촉발된 가운데, MBC는 해당 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인력 운영 모델로 대체할 것을 발표함으로써 추가적인 공적 담론을 촉발시켰다.
2. 승(承; development)
상술된 논의는 단순히 한 방송사의 인사 정책을 넘어, 한국 방송계 전반에 걸친 기상 보도 인력의 전문성 확보와 방송 저널리즘의 신뢰성 문제로 확대되었다. 국내에서는 제도 개편 필요성에 동조하는 목소리와 함께, 해외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국내 방송계의 특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타났다. 그 과정에서 외국 역시 기상 캐스터의 외모와 성별을 필두로 유사한 논란이 발생한 바 있음이 드러났고, 논쟁은 한국의 기상 캐스터에게서 두드러지게 발견되는 직업적 특성이 국제적 공통 현상인지, 혹은 한국만의 구조적 문제인지에 대한 쟁점으로 발전하였다.
3. 전(轉; turn)
검증 결과, 특정 성별 및 외모 중심의 한국 기상 캐스터 채용은 일정 부분 사실이나, 이를 한국만의 특수성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한국 외 일부 국가에서도 기상 캐스터가 보도 콘텐츠의 질보다는 외모에 따라 주목받는 현상이 반복되었다.
4. 결(結; conclusion)
본 연구는 한국 방송계의 구조적 문제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러한 현상을 국제적 맥락에서 균형 있게 조망하는 계기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외모 중심의 비전문가 기용’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개선 과제로 남았지만, 이를 오직 한국 사회에 국한된 특수한 사례로 보며 무조건적으로 국내 시장만을 비난하는 사회적 시선에는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향후 국내 여러 방송사들의 기상 캐스터 채용 방식과 근무 제도 개편 논의는 이러한 검증 결과를 반영하며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